들려오는 입소문만 해도 한아름은 될 듯한 영화. 아마 내 의지만이었다면... 느즈막히 나귀에서 괜찮은 릴로 받아두었다가 휴일이 이어지는 나른한 오후쯤 틀었을테군.. 다행히 동기들이 찔러주어, 대단히 적절한 시점(?)에 감상했다.

저.. 왜 나오셨는지.;;

영화의 시작은 이미, 음험한 겟세마네 동산에서 불안에 떨며 기도하는 예수다. 정말로 사시나무처럼 떨며 온몸으로 죽음에 대한 불안을 보여주는 예수. 항상 신의 아들이기 이전에 "인간" 예수의 이야기를 해왔던 나에게도 꽤나 인상 깊었다.

헌데 난데없는.... 이상한 여인네와 배암 등장.. -_-; 뉘기여.. 나는 그냥 예수를 유혹하는 사탄이라고 단정했는데... 영화 끝날때까지 생각해도 뭐땜에 나온 캐릭터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보니 사탄 맞단다.. 역시 내 친히 <뻘타상>에 임명함...)

아무튼.. 소문대로 참 잔인한 12시간을 그린 영화가 계속되었다. 나도 비위가 강한 편은 아닌데... 영화는 친절하게도 상당히 계산된 점층적 강도의 장면을 내보내준다는 느낌이었다. ;; 몇십초 지나면 어느새 화면에 익숙해지는 자신을 보고 또 한차례 암울..

ㅠ_ㅠ 어머니..

마리아는 정말 강한 성녀로 표현되었다. 가톨릭적 묘사에 충실한 점 같다. 예수와 마리아의 상봉 장면만큼은 나도 눈물이 삐져 나오더라.. 함께 본 6인 모두 그 장면은 울었단다. 어흑.. <감동상>

감상 직후 바로 명동성당 4시 미사를 드릴 타이밍이었다. 앞서 말한로 적절한 때 영화를 보아서 그런지 미사 중 말씀이 다 영화의 대사였다. 자동으로 재음미할 시간이 주어진 셈.

음.. 영화 자체에서.. 너무 무언가를 판단하고 얻어내려는 생각은 오버스럽지 싶다. 그저 충실하게 성서를 영화로 표현한거 같으니.. 그리고 영화 제목도 그리스도의 "생애"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수난" 아닌가..

그때도, 오늘날에도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는 건 우리들 자신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