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전설

여러가지 2016. 3. 9. 07:47


  [SYS, 내가 졌다, 하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최종학, 그래도 당신의 실력은 아주 강하다. 

   당신은 때때로 8수까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면 SYS, 너는 몇 수를 예상하나?]

  [...나는 승리에 필요한 만큼 수를 예상한다.]

  [.......]



  SYS의 내부에서는 맹렬한 속도로 연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둑에서 수를 찾아내는 것은 엄청난 연산작업을 의미했다. 바둑수를 하나만 더 계산해도 계산량은 수백만에서 수천만으로 증가하고 또 한수를 더하면 다시 수억으로 늘어났다. 그 무한한 연산작업은 SYS에게도 무리였다. 


  L {이것은 너무나 많은 연산이 필요하다... 이것은 무리다.}

  X {L1,2,3,4,5,6 유니트 제한속도 접근 ...}

  R {프랙탈(Fractal) 도형 이론을 사용한다.}

  X {프랙탈 극한도형은 무한작업이다. 그것을 연산작업에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L {...SYS는 모든 게임을 승리한다. SYS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   


  SYS는 프랙탈 공식으로 무한한 다양성에 숨은 질서 정연한 원리를 찾기 시작했다. 기하학 도형이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프랙탈 도형은 나선형의 나팔꽃 줄기처럼 무한히 뻗어 나갔다. '줄리아 집합 도형'은 사각의 바둑판 위에 부딪히는 힘의 소용돌이를 그렸다.

 바짝 마른 남자는 눈을 감은 채 몸을 점점 크게 흔들었다. 이윽고 그가 감았던 눈을 번쩍 뜨자 마침내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의 공격은 가랑비처럼 부드럽다가도 갑자기 파도와 같이 밀려왔다. 그의 과감한 바꿔치기 공격은 SYS를 계속 벼랑으로 몰아부쳤다.

  {SYS 정신차려, 이건 아주 큰 판이야!}

  최종학은 초조해 전화에 대고 계속 잔소리를 했지만 SYS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김 사장의 얼굴에는 만족한 웃음이 퍼졌다.

  {수고했소. 오늘 역시 명인의 승리요! 당신의 경지에 누가 감히 도전하겠소.}

  그러나 김 사장의 전화기에서 침통한 음성이 들려왔다.

  {...제가... 졌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얘기요! 지금 당신이 이기고 있잖소!}

  김 사장은 자기가 졌다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때 전화기에서 쿨럭이는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전화 대국자는 입을 막고 있는 손수건에 피를 토하고 있었다.

  {...내가 틀리지 않다면... 열세수입니다...미안합니다만 그에게 한 번만 물어 주시지요. '몇 수나 되는가?'}

  최종학은 SYS의 대답을 전했다.

  {열셋입니다.}


http://cs.sungshin.ac.kr/~dkim/dragon-legend.html



대인공지능 인류결전병기의 아침이 밝았나?

90년대 초반에 묘사한 내용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사실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적 묘사는 딱 "인간의 인격과 자아를 갖춘... 짱짱 쎈 능력자" 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인간의 인격이란, 자아란게 뭘지.

그것은 인간의 인지와 사고와 기억력으로 누적시킨 경험 정보의 총체인가.

인간과 비교가 불가한 인지력 사고력 기억력과 물질적 신체의 제한을 벗어난 인공지능이 굳이 인간의 인격과 비슷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아마도 어느 특이점을 지나면서 인공지능의 성능보다는 기능제한이 더 중요한 화두가 되겠지.

꼭 세계를 멸망시키고 인류를 지배하는 방식에 대한 두려움보다, 인간은 그저 자신에게 uncanny 한 것들을 혐오하기 마련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