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aria

여러가지 2016. 4. 5. 09:59

어느덧 서른줄에 접어든 이 작품에 축하를.

예전엔 주인공이 왜 저렇게 어리석을까, 나쁜 놈일까 생각했다면 그냥 이제는 알 것도 같다.
알 것 같은 게 아니라 내가 영 그러했다.
구체적이고 선명한 욕망이 약간의 대의와 개연성을 획득하면 거칠 것이 없어졌다.
적당한 무심함, 그럴듯한 용기. 지나고 나도 얼마든지 합리화 할 수 있었다.

미국판의 역자가 왜 이를 그저 한 사내의 과오와 계몽적인 희망으로 각색했는지는 분명하다.
주인공은 재건의 대의를 짊어져야 했고 새 선구자로서 사건을 회고하는 위치에 들어올려졌다.
한 도시를 싸그리 멸절시킨 자의 선택이 그저 약간의 부조리함이었을 뿐이라는 것,
그가 흘리는 눈물이 단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후에야 깨달은 공허의 공포였다면 허망하니까.


오랜만에 OST를 듣다, 결국 10번 트랙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가 봄도 봄이 아니게 한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많은 이들에게 오히려 생과 사의 상념을 부르는 묘한 계절이 되었고, 어울리는 음악들 역시 단조풍이다.

질, 우린 돌이킬 수 없어요. 이쪽도 저쪽도 우리가 돌아갈 곳은 없어.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