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여러가지 2017. 2. 20. 08:06



전신을 주물러 주는 동안, 내가 느끼는 것은 내 신체적 경계선이다. 마사지라는 것은 외부의 세계와 나 사이에 있는 '국경'을 확정하고 재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구석구석 남의 손이 주무르는 동안, 나는 내 신체의 크기나 형태나 온도나 딱딱함을 느낀다. 그것은 자신의 손으로는 느낄 수 없다. 그 작업에는 아무래도 타인의 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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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쇼와시대의 어린이였기 때문에 초등학교 시절에 붓글씨나 주판을 배웠다. 그런데 붓글씨 선생님이 뒤에서 손을 잡고 함께 글씨를 써 주는 것이 좋았다. 머리에 닭살이 돋을 만큼 항상 기분이 좋았다. 물론 성적인 것과는 전혀 관계없다. 그저 타인이 상냥하게 접촉해 준다는 것에 근원적인 기분 좋음을 느꼈을 뿐이다. 반복하지만 타인과의 접촉은 기본적으로 고통이다. 그러나 가끔은 그것이 매우 마음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진정으로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때론 접촉의 언어가 더 편할 때가 있다.

대화가 겉돌 때, 언어와 언어 사이의 간극이 생기고 말하고 듣는 타이밍이 어긋나는 미묘함이 주는 단절은 생각보다 크다.

마음은 잘 전해지지 않지만 손끝에서 나오는 압력은, 혹은 그 기는 즉시 전달된다.

공감능력은 꽤나 선천적이거나 오랜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피부로 와닿는 자극은 더 수월하게 역지사지가 된다.

언어는 곧잘 통제되지만 몸의 반응은 그나마 솔직하기에.

졸린 몸, 노곤한 몸에는 부드러운 이완의 여유가, 상처입은 몸에는 통각을 이용한 감각의 제어가 필요하다.

물론 이성의 몸같은 언제까지고 미지의 영역인 곳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