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802

혼잣말 2017. 8. 2. 10:25



때론 그런 성격이 싫기도 했다.

남들처럼 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 알량한 양심에 거리껴서 머뭇거리고 비죽거리다 그냥 넘어가고

잽싸게 내 것 챙기지 못해 줄서서 기다리고

어떤 모임에 가도 왠지 녹아들지 못하고 옆에서 누군가 케어해주어야 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곤 하고

여전히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고 남 일 시키는거 잘 못하고

회사에서도 마지막 비워진 어르신 옆자리 같은 곳에 앉아 있곤 하는 것.

첫째 아이가 하는 행동에는 내 그런 모습들이 그대로 나타난다.


물론 때론 상처받는게 싫고 억울해서 발끈하고 오버하기도 했고

그러다 괜히 내가 멋적고 부끄러워서 후회의 이불킥을 하기도 했다.

부딪히고 멍들고 깨어지고

그러다보니 요즘은 많이 편해진 걸 느낀다.


그런 양보와 조심스러움은 참 소중하단 것, 그러나 내가 그것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다면 결코 좋지 않은 것,

무언가를 배풀 때 아무 댓가를 바라지 않는 대신, 상대방이 충분히 필요한 것을 나를 통해 받았음을 알게하는 것.

한발짝 물러서서 거절할 타이밍과 포인트를 느긋하게 찾는 것,

타이밍을 놓쳤을 땐 기분좋게 받아들이고 후사를 도모하는 것.


녀석도 찾아갈 수 있겠지.

벌써 어렴풋이 이해해가는 걸 느낄 때도 있어.



나 역시도 내 표정과 행동의 이면을 캐치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그런 성격을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는 마음을 만나서 감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