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혼잣말 2015. 9. 30. 03:10



歲歲年年人不同-

한해한해가 다르다.

명절이란건 해가 다르게 늙어가는 어르신들을 볼 수 밖에 없단 것

경비근무의 고됨에 약주도 양껏 들이키지 못하는 아버지

혈압약의 부작용으로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맨눈으로 뵈는 것.

그리고 그닥 상서롭진 못한 친척들의 소식들도.


아픈 건 아픈 것

서글픈 건 서글픈 것이다.

노년이란건 그렇게 뼈저리다.

예전에는 나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생의 의지를 불태울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수평선아래 황혼의 불꽃을 태운 리펜슈탈이나

자연속에 스며든 노동을 이어간 니어링 부부같은.

하지만 대개는 예쁘지 못하다.

육신 앞에 정신도 무너져내리는 사르트르를 보아야 했던 보부아르같은 거

고통과 지난한 명줄에 너무 boring 해서 두번죽긴 싫다던 파인만 같은 거겠지.


역시

죽는 건 이왕이면, 발달된 약물과 외과적 시술, 기술 장치의 도움을 받아 할만한 데까지만 버티다

어느 순간 마음을 다잡고 평안하고 존엄하게 정한 날 가는 게 나은거 아니겠나.

대체 거니는 산거니 죽은 거니?


방송에서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주문처럼 외는 소리가 나오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그렇지 못하단 걸.


...


연휴가 끝나가는 새벽은 역시 잠들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