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혼잣말 2016. 3. 31. 08:15


몸이 늙어가는거야 진즉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거지만-

뇌가 늙은 건 술먹을때 확실히 전해온다.

오래 살고싶은 맘 없다는거야 늙으면 죽어야지 수준의 관용적 거짓말인데,

삶이 구차하고 모질까봐 그저 무섭다.


쨌든 나이가 들고 아재가 되고 할배가 되고 그렇다.

몸에 대한 예찬을 노래하는 것도 세포가 잘 분열하는 특정시기에 의미가 있다.

늙은 몸뚱아리는 그저 콘트라스트와 그레인이 두터운 흑백사진 속에서나 빛을 발한다.


정신의 날을 세우는 숫돌을 부지런히 가동해보지만 주책이나 젊은이 코스프레가 되기 마련이다.

참신할 듯한 생각도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화자의 신체적 맥락에 여과되어 꼰대의 설교나 아재유머만 통과한다.

아름답게 늙는 것, 나이에 걸맞는 행동이란 개념은 정신승리를 위해 노회한 뇌가 개발한 합리화 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