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여나 스포일러에 민감하신분 읽지 마세요~

05/05/12 강남 Cinus G

또 간만에 혼자 본 영화. 평일 낮에 매우매우 한적한 극장에서 홀로 영화보는 기분이 너무 새로웠다...;;

역시 김기덕 영화를 보면서 보편의 도덕관념 적용은 포기할만 한 것 같다. 일단 표면상은 손녀뻘 여자애를 주워다 (가둬) 키워서는 결혼하려는 할아버지 등장. 아아.. 그러나 이정도에서 좌절하면 그의 영화를 끝까지 보기 어렵다. 이소라의 "금지된" 가사를 생각하며 내 원칙의 엄숙을 타파해가며 감상..

사실 영화 중후반까지는 평범하다고 느꼈다. 소녀에 대한 할아버지의 독점욕, 소녀를 통해 이루려하는 할아버지의 성(聖)스러움에 대한 욕구, 소녀의 반항과 탈피, 죽음을 통해 마지막 삶의 목적을 승화시키는... 허나 역시 인간의 굴레인지라 그 과정속에 드러나는 유치한 비루함들.

영감님께서 바다에 뛰어드시는 장면까지는 그렇게 잘 나가다가.. 이후에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미스테리는 역시 나를 당황시키기 충분했다. 절제된 표현의 상징이자 영화의 긴장을 이어오던 "활(화살)"이 갑자기 원시의 무절제로 폭주... 난감했다. 영화내내 살금살금 잘 이어오던 텐션이 과도해진 나머지 그만 팅~ 해버린 느낌..

비록 비루한 인간의 욕구이지만 그 이루려함의 노력을 강조하는 거라거나, 아니면 성스러움을 추구하지만 결국 비루한 인간이라거나.. 아니면 역시 인간 본연의 욕구는 원시적 생명력을 향한 강한 열망이라는건가... 갑작스런 소녀의 황홀경과 날라온 화살에 의한 처녀성 파괴는 그전까지의 가느다란 줄타기와는 너무 언밸런스했다. -_ㅡ;

그러다보니 필시 모범답안으로 제시되었을 마지막 자막은... 나에겐 과도한 후까시성의 "아닌중 아닌 뻘타" 인상이 강했다! 으으...

영화를 보고 집에오니 관심옹의 블로그에 이런 펌글이 있다.

영화 '활' 단관 개봉에 대하여 <클릭>

아아.. 감독님, 영화 찍는 동안 많이 쉽지 않으셨던 게 아닙니까? 허허.. 혹시 활 할아버지의 모습이 당신 자신의 모습을 대변한다면야.. 외재적 접근을 하자면 후하게 평 드릴수도 있습니다만..

별점은 화면과 음악이 훌륭한 고로 3.5(-)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