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목욕

혼잣말 2005. 6. 29. 23:25

간만에 맘껏 몸을 씻는다. 물론 그전에도 수술 부위만 빼고 요렇게 저렇게 씻긴 했었지만.. 오늘은 머리끝에서 발끝으로 물을 양껏 흘려보냈다. 여름에 어디가 부러지면 고생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고생했다는 느낌은 없다. 그래도 간만에 씻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실은 나는 별로 씻는걸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건 요새 같은 세상에 어디가서 야만스런 눈빛을 안받으면 다행인 거지만. 여름에도 매일 샤워하는건 좀 그렇다. 2~3일에 한번 꼴이면 좋지 싶은데..

고딩때는 더했던 것 같다. 머리에 비누질을 1주일에 2~3번 정도 했다. 그외에는 그냥 물로.. 머리를 행구기만 했다. 농활 갔을 때는 듣도 보도 못한 "물 절약상"을 받을 뻔 했었는데.. ^^ 그때에 비해 많이 씻는 편인 것은 사회적인 효과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직장생활은 나에게 거의 1일 1회 샤워를 요구했다.

행여 누가 왜 안 씻느냐고 하면 나는 꼭 이렇게 둘러대곤 했다.

"(특정)인류가 이정도의 위생 생활을 누리게 된건 불과 몇십년도 안되었다."

하루를 제대로 안 씻으면 몸에서 냄새가 나는가 보다. 근데 나는 내 몸에서 냄새를 맡아본 기억이 없다;; 그러다보니 내 의지로 씻기보다는 으례 씻어야 될 것 같은 타이밍에 씻는다.

당연히 우리 조상들은 제대로 씻지 못했을게다. 그래서 목욕재계란 것도 있었겠지. 그만큼, 한번 씻을 때는 제대로 씻어냈을지도 모른다. 목욕은 정말, 영혼도 세탁하는 시간이었을거다.

간만에 몸도 마음도, 상쾌하게 씻었다. F5를 누르니 깨끗이 refreshing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