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일지 2

혼잣말 2005. 7. 10. 17:58

텃밭 못 가니 병상 일지나 써야겠다.

혈기왕성한 청춘의 나날을 골방에 틀어박혀 지내기도 힘들지만.. 하필 장마철이라는 시기가 또 그렇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무언가 찌뿌둥하고 뻑쩍지근한 것이, 괜시리 기운이 빠진다. 컴터에 앉아 있는 낮시간 동안도 내 왼쪽편은 회색 어둠이 드리워진 칙칙함이라니..

아무튼 다리 자체는 꽤나 차도를 보이고 있다. 관절운동기구는 그저께 졸업했으며 집안에서는 걸어다닌다. 물론 잘 때는 보조기를 차고 자야 된다. 인간의 몸부림은 여차하면 아직 성치못한 인대를 다시 보낼 수도 있으니... -_ㅡ;

수요일이 실업 급여 인정일이기 때문에 오늘 슬쩍 엄니를 떠 봤다. 수욜은 내가 한번 나가보겠다고.. 물론 왕창 깨졌다.

으윽... 어머니는 / 이동권을 / 보장하라! / 보장하라!

라고 하진 못하고 그저 깨갱... 잘한게 없어서 할말이 없다. ㅠ_ㅠ

긴 장마로 인해 폭등한 야채값 이야기를 하시는데.. 어서 텃밭에 가서 한아름 따오고 싶었지만 택도 없고나.

세상은 빨리 돌아가고 있다. 대학 시절 베스트 프렌이라 할 만한 동기 두 녀석이 차례로 결혼을 선언했다. 정치권은 때아닌 연정을 품고 오늘도 애증의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하는 것 같은데 나는 나갈 수가 없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