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우연이 지배하는 세상보다는 이성과 논리로 재단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곤 한다. 신은 공정하고 선하며 질서와 원칙의 세계를 사랑할 것 같지만 그가 창조한 인간 세상은 그것을 허락치 않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마지막으로 갈수록 얼마나 그 녀석을 응원했는지 모른다. 뻔히 알면서도, 절대 컨트롤 될 수 없는 세상을 꿈꾸는, 단지 신의 모상을 쫓을 뿐인 자에 대해 나도 모르게 어리석은 기대을 건다.
하기야 근대 몇세기동안 두드러지게 인류를 휘어잡았던 오만한 욕구를 이제와선 어리석다 말들하지만, 어느 누가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한참 두뇌싸움을 따라가느라 벅찼지만 종국에는 실패 앞에 이성을 잃어버린 한 인간을 바라봐야 했던 엔딩은 가혹함을 넘어 실소를 자아낼 뿐이었다. 하지만 죽음앞에 선 인간을 또 어떻게 뭐라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또한 인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