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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남았는가, 폐허의 빈 땅에

끝도 없이 밀려나 여기 낭떠러지뿐

무엇이 남았는가, 아주 오랜 체념뿐

우리가 지켜온 패배의 기억, 부끄러운 외침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패배하고 있다. 몇명이 죽어나갔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도 전선은 뒤로뒤로 밀려온다. "보디블로우처럼.." 무겁게 짓눌러오는 패배감.. 그것을 이야기하는 3집이다.

1,2집의 지민주씨보다 오히려 더 노티가 느껴지는 목소리인.. 메인 보컬이라 할 수 있는 임정득씨는 80년생이다. 언제까지나 형님 누님들이 무대를 지킬 것 같은 느낌에 약간 당황스럽다. 그것은 어차피 장강의 물이 밀려나는 자연의 이치를 외면하고픈 맘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더이상 재생산되지 않는 민중가수 계보의 끝자락이 느껴지기도 해서이다.

아니, 민중가요, 민중가수라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 지속적으로 사라져간 것도 맞지만 노래패를 하면서 가장 어찔하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그 발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피부에 뭐가 돋을듯한 가창력을 가진 멋진 후배님들을 보았지만, 그것은 가슴의 어느 한쪽 구석은 공진할 수 없는 주파수의 음색들이었다. 끓어오르는 아지, 심장을 떨리게 하는 선동성, 그리고 간주에는 힘찬 구호를 외치고 투쟁으로 한곡을 마무리 할 듯한 그런 발성들이 이젠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어떤 장르에는 인간문화재 같은게 있겠지.

나도 거리에서 노래가 불려질 일이 없어진다. 그런 목적적인 면이 사라지면 자연히 민가는 생명력을 잃는다. 씨디를 구매해서, 피곤에 찌는 출퇴근길에 mp3로 듣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생명력이 다한 후희에 불과하니까.

아쉽게도 좋친의 세번째 앨범은 전작들에 비해 호소력이나 완성도나 떨어진다. 비교할 수 없이 적어진 후원 명단에서 음반 하나를 제대로 제작해내기 어려움이 배어난다. 중간에 불나서 홀랑 태우기도 했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