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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를 위한 발라드 (1996)

"아쉽게도 이 밴드는 단 한장의 앨범만을 세상에 남겼다."


이상하게 내가 속한 노래패에서는 이들에 영 관심이 없었는데..

천지인은 주구장창 불러댔지만 메이데이에 대한 기억은 오로지 문선하는 애들의 "전선은 있다" 밖에 없다.

그러다 나도 가리늦게 작년 즈음부터 애정을 가지게 되어 아직 엠피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허나 이제는 이들의 흔적 조차 어디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피엘송에서 엠피를 다운 받을 수 있을 뿐, 어떻게 씨디를 구하기도 쉽잖았다.

작년 중반께, 옥션에 마지막 남은 미개봉씨디 하나를 돈깨나 주고 겨우겨우 구하게 된다.


머라 그래도 앨범은 일단 가사가 생톤이다.


"가슴 조이고 눈치보고 숨을 죽이고 허리 굽히고 고개 숙여 순종하는 것
기계처럼 노예처럼 억눌리고 빼앗겨도 말한마디 못하는 운명"

"수없이 부딪히는 사람들에 나 역시 침묵하고 들어가
불안하고 초조하고 망설이고 두려워하며
오분 빨리 맞춘 당신의 시계가 돌아가듯
경쟁은 끝나지 않는거야"

"눈을 떠 바라보면 낯설은 낯설은 세상
아름다운 날들은 더이상 찾을 수 없네
아무리 외쳐봐도 누구하나 돌아보는 이 없네
차가운 비웃음만이 가득한 세상"

"쉴새없이 뿜어대는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
정신없이 올라가는 돈뭉치의 아우성"

"아무리 치사해도 할 말은 하고 살자
아무리 더러워도 싸울 땐 싸워 보자
우리가 배운 것은 체념과 순종 안락과 위선
집어치고 놀자"

"우리를 죽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왜 죽어야만 하는지 왜 살아가고 있는지
사람들의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아
그저 내가 죽지 않았음을 안도할 뿐"

"절망에 내몰리던 많은 사람들
온몸을 내던지던 많은 사람들
지금 나는 어디에"

"빨간 등이 켜진 그곳에는 작고 날카로운 맹독성의 벌레 있어
등줄기를 기어올라 니 머리 속에서 빨간색 치명적인 그 유혹이 너를 삼켜
파란 신호등에서는 묻지도 말아라 생각지도 말아라 의심하지도 말아라
알다시피 이 세상은 너희들을 위한 세상
알다시피 이 세상은 뒤집히지 않아"

"두툼해진 돈봉투에 허리 굽혀 침흘리는 모습에 전선은 있다
찢겨진 눈 부릅뜨고 빨간 줄로 체크하는 두 손에 전선은 있다
혼자서만 게기지는 마라 정복당해 살지도 마라
뒤에서만 욕하지 마 자신을 속이진 마라"

"두려워 알고 있어 후회할 수도 있지 나를 봐 알고 있어 고개 숙이지 마
감춰도 알고 있어 쓰러지기도 했지 음 알고 있어 돌아가기도 했지만
하지만 인정할 순 없지 쉽게 무너질 순 없어 내가 있잖아 네 오랜 동지"


또 어디에서 이런 직설적이고도 마음 한구석을 공진시키는 가사를 찾을까-

이분들, 당연히 일면식도 없다. 앞에도 말했지만 "주로 과거지향인" 민중가요 노래패를 수년간 하면서도 제대로 이들에 대해 이야기조차 해 본 기억도 없는 내가, 10년도 더 지난 오늘에 와서 이 가사에 맘짠할 정도로 공감을 느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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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사연이...


안그래도 엄혹한 토양에 역시 1집만 내고 반짝 사라졌구나 싶었는데,

아아.. 그 흔적을 찾아 웹을 돌아다니다 기타를 담당하셨던 K님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즈음 그곳에는, 발매되지 못했던 메이데이 2집의 데모 테입 복각본이 올라왔다.

2집 작업 즈음에서 많은 사연들.. 그리고 해체까지.. 회상한 기록들이 있었다.



멋대로 느낀 거지만..


나도 참 지독히 과거지향이라고 생각했는데... 게다 10진법의 사고틀에 따라 햇수를 헤아리니 어쩔 수 없이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게 되곤 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팬의 입장에서 이런 기록을 찾아 읽을 수 있어서 잠시나마 행복했다.



10년이 지났다.

1997년 겨울부터 1998년 봄사이에 작업한 이 곡들은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했지만
나에겐 매우 애착이 가는 작업이었다.

멤버들은 모두 흩어졌다. 전화번호도 모른다.
베이스는 영국으로 드럼은 독일로 맨처음 드럼은 뉴질랜드로 갔다.
보컬은 무슨 '닭'회사를 다닌다하고
건반은 음악교육을 하고 있고
매니저는 '교육대학'에 다니고 있다.

테이프를 다시 들으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메이데이 2집


01. 떡

02. 히스테리 / 박병진 작사 박병진 작곡

03. 빨간샌달 / 송성현 작사 이소라 작곡

04. 거북이 / 송성현 작사 이소라 작곡

05. 육교밑에서 / 송성현 작사 김종관 작곡

06. 명동성당에서

07. 날 붙드는 슬픔 / 박병진 작사 박병진 작곡

08. 몸조심해 / 박병진 작사 박병진 작곡

09. 벽 / 송성현 작사 박병진 작곡

10. 내마음

11. 입덧

12. 남겨진 꿈들 / 안일한 작사 이소라 작곡


하지만 K님은 얼마지나잖아 블로그의 여러글들을 닫으신다. 행간의 많은 사연들은 사라지고 지금은 메이데이 2집이 될 뻔했던 곡들을 비롯하여 몇몇 작업하셨던 곡들만이 블로그에 남아있다.

옛 기억은 그저 흘러갔을뿐, 언제까지 붙잡고 늘어질 순 없는 것이기 때문일까..

그나마 받아둔 것 하나를 멋대로 올려본다.

내가 좋아하는 "뒤돌아보아도"의 초기 버전이라 할만 한 것이다.

리메이크 전 원곡은 전혀 다른 이미지였고 여러 변형도 존재하지만, 나에겐 메이데이의 것이 처음이었다. 그 처음의 또다른 초기 작업이지만 내 맘에 들었다.


뒤돌아 보아도



뒤돌아 보아도 우리는 물러설 곳 없어
캄캄한 낭떠러지뿐이야

맨주먹뿐인 너 맨주먹뿐인 너와 나
그러나 애태운다한들 무슨 소용있으리

가슴조이고 눈치보고 숨을 죽이고
허리 굽히고 고개 숙여 순종하는것

기계처럼 노예처럼 억눌리고 빼앗겨도
말한마디 못하는 운명

산다는 건 행복인줄 알았지 단꿈인줄만 알고 있었지
뒤돌아 갈 수 없는 우리 앞으로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