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읽는 풋고추.. 예전에 이런 부분 신경쓰며 읽긴 했던가? 싶구나... 흐훗..
리아는 이러면서 자기 배와 허벅지와 이마를 토닥거리더니, 치마가 팽팽하게 당길 정도로 다리를 벌리고는 앉음새를 고쳐, 젖이 잘 나는 믿음직스럽고 건강한 유모처럼 앉았다. 날씬하고 나긋나긋한 리아가 젖 잘 나는 유모처럼 보이는 것도 별일이었다. 리아의 화창한 지성은 리아 자신을 빛나게하는 동시에 리아가 지닌 모성(母性)에 어떤 권위를 부여하는 것 같았다.

『...... 핌, 원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존재하는 것은 육체뿐이에요. 이 아랫배 속은 아름다워요. 왜냐? 아기가 여기에서 자라고, 당신의 귀여운 꼭지가 영광과 환희에 떨면서 찾아 들어가고, 기름지고 맛나는 음식물이 내려가기 때문에 아름답고 소중해 보이는 거예요. 바로 이런 이유에서 석굴이, 갱도가 아름답고 소중해 보이는 거예요. 미로가 아름답고 소중한 것도, 미로라는 것이 원래 우리 내장과 닮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요. 누구든지 아름답고 소중한 걸 발명하려면 거기에서 시작하는 수밖에 없어요. 왜냐? 당신도 거기에서 나왔으니까.... 생육(生育)이라는 것은 항상 공동(空洞)에서 시작되는 거예요. 태초에는 혼돈과 부패가 자리하던 곳... 아, 그런데 보라, 여기에서 인간이 태어나고 대추야자나무가 자라고, 여기에서 바오밥나무가 자란다고요.』....

『강이 숭배의 대상이 된 것은 그게 수평으로 흐르기 때문에서가 아니라 물이 있기 때문이에요. 물과 사람의 몸과의 관계야 더 말할 나위도 없겠죠? 요컨대, 민족은 달라도 숭배의 대상은 비슷한 까닭, 서로 수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도 만들어 낸 상징이 서로 비슷한 까닭은 여기에 있어요. 어차피 몸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비슷한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그래서 유식한 사람에게 뜨뜻한 연금로(鍊金爐)를 보여 주면 대뜸 태아가 든 모태를 생각하는데, 당신네 <귀신 떨거지들>만 유독, 예수를 잉태한 성모를 보면서 이걸 연금로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거라고요. 당신네 <귀신 떨거지들>이 수천 년 동안 무슨 계시를 고대해 왔다고요? 그건 그 사람들 코앞에 있어요. 거울만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걸 가지고 왜들 그런대요?』

<푸코의 진자> (제2권,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中에서...

'엄마의 충고'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남녀 간의 차이는 상당하지만, '모성'이라는 건 그중에서 가장 신비한 영역이다. 나에겐 아직 그때그때 어렴풋이 발견될 뿐이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생명이라는 축복을 허락해 주신다면 더 잘 바라볼 수 있으려나.. ;;)

남자들의 어거지는 스스로도 민망한 구석이 있었다. 단지 머릿속에서만 이성적인 합리성에 목을 맨다고나 할까.. 조금 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앙에 있어서도 그런것 같다.. 유독 남성 중심적인 가톨릭. 신앙이 종교가 되고 금방 도그마로 굳어진다. 온통 교회를 받치고 있는 여성들 위에 소수의 남성이 군림하는 어거지..)

"리아는 나에게 그날 생명과 탄생의 지혜를 송두리째 들려주었던 것을..."

까소봉의 후회를 반면교사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