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양계장에 사육되는 닭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

자기 몸 하나 겨우 들어가는 비좁은 철장이 연립된 거대한 미트릭스에서... 오로지 최소한의 식욕과 성욕을 겨우 허락받는다. 짧은 생에서 무슨 의미를 발견하는지 모른 채, 마침내 최후로 자신의 육체를 바치며, 닭은 일생을 마감한다.

어찌보면 지극히 단순한 주인공의 임氏. 고등교육을 받고, 역시 교육받은 아내를, 괜찮은 연애를 통해 만나 가정을 꾸린 이 남자.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희망으로 살아가야할 시기인 것 같지만 그의 생각과 일상은 뭔가 비루하기만 하다.

몰래 수돗물을 훔치고도 들킨것이 짜증나는 아내, 뇌물로 취직자리를 알아보려면서도 교차하는 자존심과 비굴함, 저런 일을 어떻게 하나 싶다가도 막상 돈이 벌리자 재밌기만 한 장사, 딸아이를 원하는 유치원에 보냈으면서도 막상 옆집 아이의 힘이었음을 안 허탈..

그들 부부는 오로지 물질적 욕구에 모든 반응을 다하고 있다. 그들의 삶에는 "물질적 결핍에 의한 위기->불행함, 결핍의 해소에 의한 해결 ->행복감" 이 반복될 뿐이다.

어느 순간 이들의 "행복감"은 결정나버리고 있었다. 단지 살기위해 현실에 적응하는 것은, 정해진 행복의 기준을 자연스럽게 받아안는 과정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소설 속의 그 어떤 인물도 이러한 현실에 대해 부정하거나 저항하지 않는다. 이미 "철없는 짓" 이라고 알고 있듯이...

무미건조한 일상의 나열일 뿐인데도, 묘하게 암울했다. 사람이 저렇게 단순할 수가 있나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작가의 변이 떠올랐다.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 맞나요??? 우웅... -_-;; 어쩌면... 섣불리 어설픈 희망을 던지지 않고 끝끝내 건조한 일상만을 나열하는 이 소설은, 작가의 역설법을 강변하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