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들, 편지들을 읽었다.
어쩔 수 없는 텍스트 세대이기에 모든 것은 몇줄의 글 안에, 그리고 그 행간에 녹아들어 있었다.
수줍었던 바보같은 모습들도
깜짝 놀랄만큼 솔직하고 진지한 모습들도 많이 반가웠다.
모든게 조심스럽기만 한 나에게 전해진 좋은 자극들,
지극한 망설임 끝에 전한 마음을 받아준 또다른 마음이 있어서 행복했다.
소설이든 영화에서든
저렇게 가까웠던 인연이 왜 세월속에 그저 멀어져버렸을까 이해할 수 없는 대목들이 많았다.
극적인 효과와 압축된 타임라인 속에 그렇게 느낀 것이겠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생의 수많은 이별과 버림들에 꼭 시학적 구조가 깔려있는 건 아니다.
그저 파도가 다가오고 멀어짐을 반복하듯이
어느순간 다리를 흠뻑적셨던 물살들이 저만치 물러나며 하얗게 부서져 흩어졌다.
많은 것이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주 중요한 어떤 것은 남았을거라 생각해본다.
그게 무언진 모르겠지만
나라는 자아가 아직 무너지지 않고 남아있다면
그 안엔 여러가지 색깔들이 섞이고 더해져, 차분하게 바랜 이름모를 빛깔이 되어 있을거다.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