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진보누리 (http://www.jinbonuri.com )


상처받은 자한테 복수심만큼 잘 듣는 처방은 없어요, 한 번 해봐. 십오 년 동안의 상실감, 처자식을 잃은 고통, 이런 거 다 잊어버릴 수 있을 거야. 다시 말해서, 복수심은 건강에 좋다! 하지만... 복수가 다 이루어지고 나면 어떨까? 아마 잊고 있던 고통이 다시 찾아올걸?
---<올드보이> 중 이우진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아주 잔혹하게......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이 복수를 맹세한다. “군대를 보내라. 다 쓸어버려라.” 그 격한 감정, 이해 못할 것 없다. 한번 시원하게 지르면 정신건강에도 좋다. 자, 지르자. 됐나? 시원하게 질렀으면 이제 곰곰이 생각을 해보자.


살인자를 잡으러 특전사를 보내자. 특공대도 보내고 UDT도 보내자. 그럼 잡을 수 있을까? 복수는 할 수 있을까? 없다. 미국이 12만의 병력과 800억불 이상을 처바르며 죽을 쑤고 있는 전쟁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어마나, 당신들이 그 유명한 무적의 대한민국 군바리? 무서워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시와요~”라고 빌기라도 할까? 이미 잃을 게 없는 이들이다. 집도 가족도 모든 안락도 포기한 이들이다. 남은 건 복수심과 악다구 뿐. 걔네들을 상대로 복수를 한다고? 엄한 군인들 개고생 시키지 말자. 낮선 사막에서 밥이나 제때 먹고 다니면 다행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경제도 엉망인데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전쟁질이나 하고 있는 것도 웃기는 일 아닌가? 운 좋게 그 놈들을 잡아 죽였다고 치자. 복수가 끝났으니 쉽게 발 뺄 수 있을까?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대테러전이라는 수렁에 몸을 내던질 필요가 없다. 좋아할 놈은 손 안대고 코 푸는 부시뿐이다.


그럼 그 나쁜 놈들을 그냥 놔두란 말인가? 그럴 수 없다. 그 놈들이 저지른 짓은 정말 부시스러운 짓이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잡을까? 파병철회를 조건으로 인도요청을 하면 된다. 그리고 국내법정이든 국제사법재판소든 법정에 세우면 된다. 이라크입장에서는 한국군 종합선물세트를 받는 것 보다 낫고, 테러리스트들에겐 명분 있는 순교고, 우리에겐 적절한 복수다. 모두에게 깔끔한 마무리다. 적어도 그 놈들을 잡기위해 군대를 보내야 한다는 발상보다는 현실적이다.


그리고 무고한 김선일씨의 죽음에 흥분하는 양반들... 잊지 말아야할 게 있다. 또 다른 무고한 죽음들... 당신들에겐 아주 하찮은 죽음들이겠지만...





당신이 그 날 일을 기억 못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건 말야... 그냥 잊어버린 거야. 왜, 싱거운가요? 하지만 사실이야, 당신은 ‘그냥’ 잊어버렸어, 왜? 남의 일이니까. 너무 하찮으니까. 미안해한다는 건 귀찮은 일이니까.

---<올드보이> 중 이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