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고를 담는 그릇,
하지만 형상이 정해지지 않은 유연한 질료.
또한 세계, 존재양식 그 자체.."
- 160227
흘러넘치도록 과분한 행복에 겨웠을 때, 언어는 어떤 - 스스로 그러한 상태였다.
때론 방언처럼 터져나왔고 때론 한없이 침잠하여 내면의 알 수 없는 깊이를 더했다.
단순한 질과 양의 압도를 넘어, 통시적인 에너지가 넘실거렸다.
그 언어를 잃었을 때 세상이 온전히 부서졌다.
과거는 그저 떠올리게 하는 주물이 되고 현재는 말없이 부유했으며 미래는 지나간 시간에 속박된 쳇바퀴일 뿐이었다.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워가는 루이스의 여정을 따라가며, 매순간 눈시울이 뜨거웠다.
선후가 정해진 순서와, 인과율의 지배에서 벗어나 순환과 동시성의 생을 바라보게 되는 주인공이
내겐 마치 거꾸로 테이프를 돌리는 듯 느껴졌기 때문일까.
당신 인생의 이야기.
흘러간 과거에 얽매이지도, 그저 가능성과 희망으로 미래를 포장하지도 않으며
그 모든 순간들이 전하는 언어의 뜻을 언젠간 이해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