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여러가지 2017. 4. 3. 07:52





우리를 정의하는 건 기억이 아니다. 행동이다.


두번이나 강하게 강조되는 이 영화의 나름 주제 문구다. 묘하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좀 과장하면, 이제 선문답과 뇌내망상은 치우삼~ 중요한건 육체와 액숀이다! 라는 거 같기도 하고

마치 세기말~초의 SF사이버펑크 걸작들은 다 제가 이끈양 의기양양한 기존 팬덤에 대한 조소같기도 하고.


사실 좀 너그러운 마음으로 봤기에 나는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흥미진진했다.

95년 극장판과 TV판 SAC 내용들을 제대로 짬뽕시킨데에 감동받았다. 이렇게 잡탕으로 섞어놓고도 나름의 스토리라인을 놓치지 않는건 인정해줘야 된다.

기존 팬들에 대한 서비스라 보아도, 감독의 나름 덕심표출로 봐도 무리가 없다. 그저 캐릭터와 몇가지 설정만 가져다 놓고 나머지는 헐리웃 B급 클리셰로 도배하는 이전 사례들이 얼마나 많았나.


그럼에도 무언가 허전했던건, 소령과 바트에게 감정이입을 하기가 어려웠건 왜일까.

영원한 우리 소령님을 감히 어감도 요상한 치킨런씨가 "메이저"라고 번역했기 때문에?

것도 없진 않겠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 (아니라고 해놓고 감정은 실린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내내 지속되는 대화의 속도감에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주지하다시피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전뇌화와 상시적 네트워크 접속으로 마음으로 대화한다.

표정도 제스처도 없이 그저 대화는 "울려퍼진다"

어쩌면 애니메이션 제작시에는 귀찮게 입싱크 할 필요도 없이 더빙하면 되니까 편할지 모르지만 연기하는 성우입장에서는 그저 목소리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하니 쉽지는 않을테다.

그럼에도 대화는 마치 마음이 즉자적으로 전해지는 마냥 무척 속도감이 있다. 그와중에 소령의 온갖 시니컬한 드립, 특히 간간히 터지는 섹드립마저도 무척 쿨하고 멋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처음 이 작품에 진입하는 이들에게는 뭔가 이질적일 수도 있지만 그런건 2~30분 지나면 충분히 익숙해질텐데..


그게 없었다.
그래서 대화는 그저 문장문장이 문단이 되고 잦은 흐름의 단절을 야기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그녀의 중저음 보이스는 기존 작품에서는 마이너스로 작용했을지 모르나 이 작품에서 만큼은 그냥 소령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었을게다.
내한 인터뷰 보라. 4X로 개드립을 구사해도 이분은 되실 분인데..
그저 이렇게 밋밋한, 연사의 독백마냥 혼자 놀게 되었으니 갑갑할 수 밖에.


엔딩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웅장해진 Making of cyborg. 그 시절에는 신비한 미래기술이라 여겨졌지만 이제 금방 손에 잡힐듯한 근미래 기술이 되어간다.
맛폰과 싱크된 우리의 생체뇌는 전뇌화에 크게 저항할 것 같지 않다.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