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과거지향인 한 종교가 있다.
오죽했으면 이천년을 거의 형태가 바뀌지 않은 의식을 매주 공들여 치른다.
(솔직히 가끔 소름돋게 무서울 때도 있다)
이름도 무려 "보편"이다. 기도도 보편지향으로 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사람이 다 똑같은 것은 아냐, 그치만 크게 다를 것도 없어."
우리는 지나온 기억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몇겹의 마디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있다.
생의 이력, 사의 상흔에 대해 우리는 매순간 기억했다 잊어버리고 또 떠올리며 존재의 눈물을 흘린다.
시간의 심연에서 건져올린 것을 쓰다듬는 의식,
망각의 깊은 곳에서 되새김질한 것을 다시 마음에 새기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