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새로울 내용은 아니지만 최근의 시대조류를 가감없이(혹은 약간의 드라마성을 가미해서..) 반영하는 듯한 CF.
사랑에 관한 가장 잘못된 오해는 그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현실의 사랑은 취업의 차이 하나에도 휘청휘청거리니까..
사랑에 관한 가장 잘못된 오해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는 믿음이다.
현실의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아주 작은 추억에 불과하니까..
언뜻 말장난 같지만 삶을 살다보니, 연애를 하다보니 걸리는게 한두개가 아닌 문제점이다. 이 CF의 핵심은 이중 '취업 차이'에 중점을 둔다. (물론 드라마틱한 표현은 실질적인 금전의 문제보다 세류 속의 흔들리는 두 청년의 심리적 갈등이 더 주를 이루지만...)
남녀는 대학시절부터 연인이었다. 하지만 서로 비슷한 나이의 연인들이 그렇듯, 사회 진출은 여자쪽이 빠르다. 아무래도 사회에 진출한 여자쪽은 다양한 사회경험을 먼저 쌓게 되며 또한 고정된 수입이 생기게 됨에 따라 소비활동의 폭이 커진다. 상대적으로 남자쪽은 고학번이 됨에따라 학업 및 취업 준비로 인해 더 바빠지며 사고의 폭이 좁아지게 마련이다.
이 차이는 처음에는 사소하지만 짧은 시간안에 꽤 벌어지는 경우가 많지 싶다. 별다른 서로의 공유지점(목표 지점이 같다던가, 같은 모임 활동을 하고 있다던가..)이 없다면 이내 두사람의 일상에서 많은 부분이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남녀가 반대의 경우라면 모르겠으나.. 아직 사회적인 성역할 및 남녀의 심리적 패턴으로 볼때.. 이 상황은 악화되기 십상이다. 통념상 남성의 경제력에 대한 중요성은 아직도 강력한 이데올로기이다. 끊임없이 압박해 오는 자신에대한 무능력의 회의로 남자는 심한 컴플렉스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역시나 사회적 통념상 남자가 힘들다고 투정할 수도 없는 노릇... -_-;
야 누군 왕년에 일 안해봤냐? ..... 안해봤네..
넌 매일 일만하고 살어? 다 먹고살자고 하는건데 뭘
겉으론 대범한척 하지만 벌써 남자의 가슴에 찌르르 흐르는 심정이 전해온다...
(남) 왜 내가 챙피해? 한심해? 불쌍해?
(여) 너 뭐야 니가 뭔데 나한테 큰소리야?
레스토랑에서 저녁한번 근사하게 사준 적 있어?
니가 남들처럼 자가용타고 날 어디 데려다줘 봤어?
내가 일한다고 해놓고 다른 남자랑 만나니까 미치겠어?
니 눈으로 확인해보니까 열받아?
자존심은 있나보지. 너 자존심은 있냐?
정신 똑바로 차려! 사랑이 밥먹여줘?
(남) 거짓말하는 것들은!... 사랑할 자격도 없어.
눈물겨운 대사군.. 마지막 남자의 대사는 참 구차하고 할거 없어 나온 대사같아 보이지만 이게 또 대략 그렇다...
여자의 대사는 대략 잘 다듬은 창으로 맨 가슴을 후벼파는 정도의 고통에 준한다고 할 수 있다. 이거 제대로 걸린거다... (잘못하면 평생갈듯...)
점점 더 물신이 위세를 떨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사랑은 언제나 바람 앞의 등불이다. 자본에 종속된 사랑.. 이 광고의 연인들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다 하더라도.. 언제 어느때 '돈의 문제'가 이들을 덮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동안... 황신혜 밴드의 김형태인가 하는 사람이 쓴 백수 젊은이에게 주는 충고가 인터넷에 유행했었다. 꽤나 적나라하게 취업 준비생의 심리를 꿰뚫어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헌데 우리 부모님 세대를 보면서.. 나는 별로 그런 논리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성실하게..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오신 많은 어른들이 IMF라는 충격이후 우르르 무너져나갔다. 가장의 실직 하나에 건실한 가정이 모조리 삐걱이더라.. 우리라고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눈 낮춰서 만만한 중소기업에 들어가 일한다고, 나이 40도 전에 위기가 닥쳐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나... 그사이 결혼은 안하고 아기는 안 낳을건 아닐테고... 수십년 짜리 라이프 워크를 60살에 당당히 내걸 여유가 쉬이 생길까..
답답한 이야기다.. 아무튼 CF로 시작한 이야기니 그걸로 마무리를...
"꽤 쉽잖은.. 많은 생각을 일으키는 광고였다.." -_-;
황신혜 밴드의 리더인 김형태 씨가 자신의 게시판에서 상담해준 내용입니다.
-김형태, 황신혜 밴드의 리더(LonelyHeartClub에서 재인용)
제목: 김형태님께 카운셀링 의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입춘이 지났건만 아직도 키보드를 치고 있는 제 손꾸락은 차갑기만 합니다.
김형태님께서는 몸건강하시겠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요즘 사회적 이슈인 "이태백" 의 일원인 본인의 넋두리를 들어주십사,
더불어 형태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이렇게 얼어붙은 손꾸락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는 지방대 디자인학과 졸업예정이고 다른 이태백 일원들과 마찬가지로 여러군데 이력서를 넣고 있는 와중입니다.
연락오는 곳은 별로 없고 무언가 불안하면서도 편안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고 있지만 솔직히 제가 무엇을 하고픈지 알수가 없습니다.
원래의 전공인 제품디자인을 하고 싶다가도 디스플레이를 하고 싶기도 하고 영화공부를 하고 싶기도 합니다.
제품디자인을 하자 라고 하면 평생 영화공부는 커녕 영화찍는 것도 구경하지 못할 듯하고
영화공부를 하자고 하면 학교다닐때 했던 과제들의 즐거움이 떠오릅니다.
일단은 먹고 살아야하니 직장을 다녀야 할듯해서 계속 이력서는 넣고 있지만 만약 회사에 다닌다면 영화공부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완전히 영화에 미쳤다든가 비범하다든가 하는 인간극장에 나올법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것을 병행하기란 힘이 들 것 같습니다.
아 정말 모르겠습니다.
올해 후반에 있을 영화교육기관(?) 시험을 보고싶은데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 매달려야할까 아니면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히 해야할까.
그렇다고 영화라는 것이 내 평생 직업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힘들고 배고픈 그 직업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나.
또한 4년동안 했던 디자인은. 대체. 기대를 걸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부모님께서는 당연히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놔두시겠지만 그래도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호강을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마는 그 "안정된"직장생활의 끝에는 나의 꿈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백수가 되어 이것저것 가릴때는 아니지만 신중하고 싶습니다.
섣불리 조금 앞만 바라보고 결정했다가는 나중에 후회 할 일들이 이만저만이 아닐것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기를 일단은 취직을 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영화쪽이나 디자인 쪽으로 유학을 가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but 회사를 몇년 다니면 유학을 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영화교육기관에는 들어갈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부메랑처럼 또 따라옵니다.
횡설수설 앞뒤 안맞는 소릴 해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이 행복한 고민일까요.
어쩌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하는 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많이 사신 형태님께서는 지금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형태님의 나이가 되어서는 그때 나 정말 잘했어 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