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그런 성격이 싫기도 했다.
남들처럼 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 알량한 양심에 거리껴서 머뭇거리고 비죽거리다 그냥 넘어가고
잽싸게 내 것 챙기지 못해 줄서서 기다리고
어떤 모임에 가도 왠지 녹아들지 못하고 옆에서 누군가 케어해주어야 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곤 하고
여전히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고 남 일 시키는거 잘 못하고
회사에서도 마지막 비워진 어르신 옆자리 같은 곳에 앉아 있곤 하는 것.
첫째 아이가 하는 행동에는 내 그런 모습들이 그대로 나타난다.
물론 때론 상처받는게 싫고 억울해서 발끈하고 오버하기도 했고
그러다 괜히 내가 멋적고 부끄러워서 후회의 이불킥을 하기도 했다.
부딪히고 멍들고 깨어지고
그러다보니 요즘은 많이 편해진 걸 느낀다.
그런 양보와 조심스러움은 참 소중하단 것, 그러나 내가 그것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다면 결코 좋지 않은 것,
무언가를 배풀 때 아무 댓가를 바라지 않는 대신, 상대방이 충분히 필요한 것을 나를 통해 받았음을 알게하는 것.
한발짝 물러서서 거절할 타이밍과 포인트를 느긋하게 찾는 것,
타이밍을 놓쳤을 땐 기분좋게 받아들이고 후사를 도모하는 것.
녀석도 찾아갈 수 있겠지.
벌써 어렴풋이 이해해가는 걸 느낄 때도 있어.
나 역시도 내 표정과 행동의 이면을 캐치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그런 성격을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는 마음을 만나서 감사하니까.